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의 뜻을 밝힌 지 3주 가까이 지났지만 이른바 '조국 대전'은 이번 주말에도 계속됐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에 이어 동생 조모(52)씨까지 구속되면서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양 세력의 집회 양상은 더욱 격화됐다.
2일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오후 5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제12차 여의도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서초동에서 여의도로 집회 장소를 옮긴 뒤 주말마다 집회를 벌여오고 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설치하라" "응답하라 국회" "조국을 잊지말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에 신고된 집회 참가 인원은 10만명이다.
연사로 나온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2016년 혹독한 추위에도 촛불혁명을 성공시킨 시민 여러분이 검찰개혁을 이루기 위해 이렇게 많이 오셨다”면서 “검찰은 유시민 작가,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수사는 바로 착수한 반면 나경원, 황교안 의혹과 관련된 건은 왜 수사하지 않는건가”라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김성우(53)씨는 "검찰이 부인에 이어 동생까지 먼지 털듯이 수사하고 있지만 명확한 근거 하나 찾지 못했다"라며 "검찰 개혁을 거부하고 있는 오히려 검찰에게 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진보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검찰 개혁’을 촉구하고, ‘광화문 광장 탈환’을 주장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후 2시 30분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반일 집회를 시작으로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해 광주학생독립운동 90주년 기념대회와 세월호 국민고소고발인 대회를 연달아 진행했다.
이들은 “광화문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성지였지만, 현재는 수구보수의 집합소로 변질됐다”며 “4.19세대부터 21세기 청년 학생세대까지 광주학생독립운동의 기백을 이어받아, 시대를 개척했던 세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주독립과 적폐청산을 위한 공동의 행동을 펼치자”고 말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단체인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는 이날 12시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공수처 반대’, ‘조국 전 법무장관 철저 수사’ 등을 요구했다.
전광훈 투쟁본부 총괄회장은 “얼마 전 사퇴한 조 전 법무부 장관의 ‘소비에트 연방 헌법에 대한 연구’ 관련 논문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해당 논문은 한 마디로 ‘한국에 공산주의 불씨를 피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에서 온 김재영(59)씨는 "우리나라가 정말 공산주의로 흘러가는 것 같아 걱정된다"며 "조국 가족들이 구속되고 있는데, 몸통은 조국인 만큼 당연히 구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을 규탄하는 대학생들의 집회도 열렸다. 서울대 촛불집회를 주도한 서울대 집회추진위원회는 연세대, 고려대, 부산대 등 16개 대학 구성원들과 공정추진위원회(추진위)를 구성하고 이날 오후 6시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정부 규탄 및 공수처 설치 반대’를 위한 집회를 열었다.
김근태 추진위 대표는 "지난 두 달 간 조국사태가 보여준 것은 공정이 짓밟히는 대한민국, 정의와 상식이 거꾸로 뒤집힌 대한민국이었다"며 "비록 조국은 사퇴했으나 국민들이 느낀 부당함, 몰상식, 비양심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는 조금도 없었으며, 공정한 사회에의 열망을 표현한 목소리들 역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규모 집회가 서울 곳곳에서 열리면서 경찰은 세력 간 충돌을 막기 위해 광화문 일대에 65개 중대 경력 3500여명, 여의도에 52개 중대 경력 2800여명을 투입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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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2 10:45: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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