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중국 동부전구(戰區)의 기지를 이륙한 중국군 젠(殲·J)-16 전투기, 훙(轟·H)-6 폭격기가 일제히 대만 방향으로 비행했다. 중국은 이날 오전 7시부터 대만 북부·서부·서북부·서남부로 접근, 대만해협 중간선(중국·대만 간 영공 경계선 역할을 하는 선)과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훙-6 폭격기 2대, 젠-16 전투기 8대, 젠-10 전투기 4대, 젠-11 전투기 4대를 동원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공군의 전례 없는 움직임에 대만 공군에도 비상이 걸렸다. 조기경보기를 비롯해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F-16 전투기가 대만 전역 기지에서 이륙했다. 대만 자유시보는 “출격한 대만 공군기가 오전 7~11시 4시간 동안 24차례에 걸쳐 중국군 비행기에 경고 방송을 했다”고 전했다. 대만 공군은 이날 총 17차례 긴급 발진했고, 출격시킨 비행기 대수는 하루 기준으로 20년 만에 최대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양측이 충돌 직전까지 갔던 1996년 대만해협 위기 이후 대만해협의 긴장이 가장 높아지고 있다.
중국 공군의 공세적 비행은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대만에 머무는 동안 이뤄졌다. 17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하고 있는 크라크 차관은 1979년 이후 대만을 방문한 국무부 관리 중 가장 고위급이다. 그는 반(反)중국 경제 블록 구상으로 평가되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주도해왔다. 중국은 1979년 미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미국 관리의 대만 공식 방문을 반대해왔다. 18일 크라크 차관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났다.
중국도 이날 비행이 미국과 대만에 대한 경고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런궈창(任國强)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늘(18일)부터 중국군 동부전구는 대만해협 부근에서 실전화 훈련을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대만) 민진당 당국이 결탁을 강화하고 빈번하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불장난하는 자는 스스로 불에 탈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지난달 초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전투기 2대를 해협 중간선 대만 지역으로 보내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이 보건뿐만 아니라 외교·경제 분야에서도 대만과의 관계를 격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번엔 더 강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미국과 대만이 가까워지는 모습이 최근 자주 포착되고 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16일 대만 대표부 격인 뉴욕 주재 타이베이경제문화판사처 처장을 만났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대만 대표를 공개적으로 만난 건 대만이 유엔에서 퇴출된 1971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연일 중국에 공세를 펴고 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7일(현지 시각)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의 최근 행동을 보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아닌 무법 불량배와 같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은 대만해협 등 태평양 일대의 전력 증강을 예고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6일(현지 시각) 미 랜드연구소 연설에서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맞서 현재 293척인 미군 군함을 355척 이상으로 늘리는 ‘퓨처 포워드(Future Forward·미래 전진)’ 계획을 발표했다. 에스퍼 장관은 중국을 미국의 최대 안보 위협이라고 지적하면서 인도·태평양에 대해 “중국과의 힘의 경쟁의 중심(epicenter)”이라고 했다.
중국 역시 해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위성 사진을 근거로 중국이 건조 중인 3번째 항공모함이 수개월 안에 진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보유한 랴오닝함, 산둥함 등 기존 항공모함의 경우 전투기가 스키 점프대 모양의 갑판을 이용해 이륙하는 반면 3호 항공모함은 전자 장치를 이용해 전투기를 밀어 이륙을 돕는 시스템을 갖출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더 빨리 더 많은 전투기를 띄울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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