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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29일(현지시간) 첫 테이프를 끊는 미 대선 TV 생중계 토론회는 미국에서만 7천만∼8천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이른바 '지상 최대 정치쇼'로 불린다.

거의 모든 정책에서 대척점에 선 두 후보가 공식 지명 이후 만난 적이 없는 터라 첫 만남 장면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선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바짝 뒤쫓으면서 불꽃 튀는 양상을 보여 장면 하나하나가 '결정적 한 방'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양측 지지층이 이미 상당히 굳어져 있어 이번 토론은 부동층에게 더 의미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동시에 제기된다.

◇ 운명 결정할 변수…"2016년 대선 토론 후 변심은 10%" 한계도

여론조사기관 닐슨 미디어 리서치의 과거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간 첫 TV 토론회를 시청한 미국민은 사상 최고치인 8천400만명이었다. 2, 3차 토론회는 각 6천650만명, 7천160만명이 봤다.

그만큼 단일 이벤트로 엄청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수단이다.

TV토론이 후보 결정에 도움은 주지만 결정적이진 않다는 조사도 있다.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선거 후 조사에 따르면 지난 대선 당시 유권자의 10%만이 TV토론 중 또는 그 이후에 마음을 정했다고 답했다.

지난 대선 당시 클린터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TV토론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고 평가받았지만, 마지막 승자는 트럼프였다.

미국의 공직선거 토론회 역사는 1858년 에이브러햄 링컨과 스티븐 더글러스가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직을 놓고 공개 논쟁한 게 시초이지만, 본격적인 TV 토론은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과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상원의원 간 맞붙은 1960년이다.

당시 부통령이던 닉슨과 정치신인 케네디의 대결은 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TV토론은 이들의 운명을 바꿔 놓았고, 미디어 정치 시대가 열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대선 TV 토론은 1964∼1972년 열리지 않다가 1976년 지미 카터 민주당 후보와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토론회로 재개됐다.

1980년 토론회에선 영화배우 출신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가 카터 대통령을 압도하면서 승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 토론은 유권자의 마음을 바꾸기보다는 그들의 견해를 재확인시켜주며, 특히 부동층에게 매우 유용하다는 게 토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초조한 듯 손목시계 보고, 유머 전략도…각인된 장면은

TV 토론이 유권자에게 각인시킨 장면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1976년 지미 카터의 도전을 받은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이 "동유럽에 대한 소련의 지배는 없다"고 말한 대목이다. 군 통수권자로서의 자격이 의심된다는 언론의 비난을 받은 포드 대통령은 카터에게 백악관을 넘겨줬다.

1984년 73세였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나이가 많다는 우려를 없애려 "선거에서 나이를 이슈화하지 않겠다. 경쟁자의 젊음과 무경험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유머를 쓰면서 미국민을 사로잡았다.

많은 전문가는 레이건은 토론이 없었다면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대선에서 격돌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각각 74세, 77세다.

사형제 반대론자였던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는 1988년 '만약 아내가 강간·살해당하면 사형제를 찬성하겠느냐'는 질문에 반대한다는 대답을 반복하다 결국 패배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빌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와 맞붙은 1992년 토론회에서 초조한 듯 손목시계를 쳐다보는 장면이 TV 카메라에 잡히면서 화제가 됐다.

2000년 토론회에선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와 격돌한 앨 고어 부통령이 거만하고 참을성 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 속에 지지율 우위를 못 지키고 패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힐러리 후보의 뒤를 계속 따라다니며 배회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는 무대를 장악하려는 시도라는 관측을 낳았지만 섬뜩한 느낌을 준다는 '스토킹' 논란도 불거졌다.

CNN은 "토론은 선거운동 기세를 바꿀 수 없었지만, 후보들이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고 공격을 모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 토론 사회자도 관심…첫 토론은 폭스뉴스 앵커

이번 첫 토론 사회자는 폭스뉴스의 크리스 월러스 앵커다. 보수 성향 매체이지만 민주당원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토론회(10월 15일)는 미국의 비영리 채널 시스팬(C-SPAN)의 스티브 스컬리 정치 에디터가, 마지막 토론회(10월 22일)에선 NBC 뉴스의 백악관 출입 기자이자 앵커인 크리스틴 웰커가 사회를 본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의 토론회(10월 7일) 사회는 USA투데이의 수전 페이지 워싱턴 지국장이 진행한다.

지금처럼 한 명의 사회자가 대선 TV 토론을 진행한 것은 1992년부터다.

1960년 닉슨과 케네디의 첫 대선후보 TV 토론부터 1988년까지 후보들은 언론인 패널의 질문에 답했고, 사회자는 주로 규칙을 설명·집행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는 토론이라기보다 합동회견에 가까운 데다 패널들이 후보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가져간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형식이 바뀌었다.

그렇게 '1인 사회' 형식이 유지되고 있지만, 지난 대선 때 CNN 앤더슨 쿠퍼와 ABC뉴스 마사 래디츠의 공동 사회가 유일한 예외로 남아 있다.

PBS가 16번으로 가장 많은 사회자를 배출했고, 그 중 12번은 올해 별세한 고(故) 짐 레러가 진행했다. 그는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당선된 1988년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한 2012년까지 7차례 연속 1차 TV토론 진행을 맡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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