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92세, 현직 대통령 첫 모친상
대통령, 모친이 준 반지 23년째 끼어
“조문 사양, 가족장으로 치를 것”
최측근 이호철 첫날 빈소 찾아
2남3녀 중 장남인 문 대통령의 어머니를 향한 애틋함은 각별했다. 『운명』에는 ‘구속, 그리고 어머니’란 챕터가 있다. 문 대통령은 “호송차가 막 출발하는 순간이었다. 어머니가 차 뒤를 따라 달려오고 계셨다. 팔을 휘저으며 ‘재인아! 재인아!’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 혼자서 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장면”이라고 썼다. 책 곳곳에는 “어머니가 끄는 연탄 리어카를 뒤에서 밀면서 자립심을 배웠다” “가난 속에서도 돈을 최고로 여기지 않게 한 어머니의 가르침은 살아오는 동안 큰 도움이 됐다” 같은 표현이 있다.
고인을 생각하는 문 대통령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애장품이 묵주반지다. 바쁜 정치 일정으로 성당을 잘 가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한 고인이 23년 전 묵주반지를 선물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문 대통령은 왼손 넷째 손가락에 그 반지를 끼고 있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틈틈이 짬을 내 고인을 만났다. 2017년 5월 취임 후 2주 만에 첫 연차 휴가를 내고 부산 영도에서 고인을 뵙고 왔고, 그해 10월 첫 추석 때는 고인을 모시고 청와대에서 차례를 지냈다.
고인은 2017년 4월,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당시 고인은 “아들은 예측 가능하다. 마음이 변할 사람이 아니다. 지갑이 얇으면 얇은 대로, 두꺼우면 두꺼운 대로 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직계 가족이 별세했을 때 장례 절차를 정해 놓은 규정은 따로 없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모친이 국가장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가족장으로 치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입장이다. 2남3녀 중 장남인 문 대통령이 상주로서 남동생인 재익(60)씨와 누나인 재월(70)씨, 여동생 재성(64)·재실(57)씨 등과 빈소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가족과 가까운 친지 등을 제외하곤 조문객은 받지 않을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이날부터 특별휴가를 시작한다. 규정에 의하면 5일까지 휴가를 쓸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따라 31일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의는 자연스레 연기됐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 3~5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는 참석 의사가 강하다고 한다. 현직 대통령이 직계가족상을 치른 건 1974년 8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의 장례가 유일하다.
대통령 경호처는 성당 정·후문에서 외부인의 방문 목적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차량 번호판 등을 확인한 뒤 청와대 관계자 등 주요 인사가 아니면 돌려보내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경호팀은 기자들의 영상·사진 취재도 막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근조기 반입도 막았다.
빈소는 장례식장 내 2개의 기도실 중 제1기도실에 마련됐다. 기도실 정면에 고인의 영정이 놓이고 그 오른편에서 문 대통령이 문상객을 맞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 3철(이호철·전해철·양정철) 중 정치에 몸담고 있지 않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날 빈소를 찾았다. 이 전 수석은 조문을 마친 뒤 “침울하게 계신데…(위로) 드릴 말이 별로 없었다”라고만 했다. 문 대통령이 장례식장으로 남천성당을 택한 것은 고인이 천주교 신자인 데다 대통령으로서 집무 공간이 필요해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천성당 측은 31일 오전 10시 30분 장례미사를 연다고 공지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9일 오후 부산의 한 병원에서 고인의 임종을 지켜봤다.
권호·위문희 기자, 부산=이은지·하준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2019-10-29 15:06:0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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