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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이 '신종 코로나' 집단 감염지가 된 이유는 - 한겨레

크루즈선이 '신종 코로나' 집단 감염지가 된 이유는 - 한겨레

밀폐 공간에 공용시설 밀집, 전염병에 취약
최초 감염 확인 뒤에도 뷔페 제공 등
부실한 대응…3차 감염 발생했을 수도
일본 정부 “상륙전이니” 국내 감염자에서 뺀다
7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탑승한 여성 승객 한 명이 일본어로 “약 부족”이라는 글자를 써넣은 일장기를 들고 있다. 요코하마/로이터 연합뉴스
7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탑승한 여성 승객 한 명이 일본어로 “약 부족”이라는 글자를 써넣은 일장기를 들고 있다. 요코하마/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에서 최소 61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했다. 이례적인 크루즈선 무더기 감염 사태는 선박이라는 밀폐된 공간의 특수성과 부실한 초기 대응이 합쳐져 빚어진 사태로 보인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7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발열과 기침 등 증상이 있는 사람과 이들과 밀접하게 접촉했던 273명에 대해 바이러스 검사를 한 결과 41명이 추가로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적은 일본,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아르헨티나 등이다. 앞서 후생노동성은 지난 5일과 6일 각각 탑승자 1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크루즈선은 지난달 20일 요코하마항을 출항해 가고시마현과 홍콩, 오키나와현 나하를 거쳐 3일 요코하마로 돌아왔다. 최초 감염 확인자는 25일 중간 기항지인 홍콩에서 내린 80살 홍콩 주민이었는데, 이 홍콩 주민을 빼도 7일 오전까지 탑승자 확진자가 61명으로 불어났다. 61명은 수도권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이중 지병이 있던 1명은 중증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탑승자는 9명으로 알려졌으며 61명 확진자 중에는 없다. 유증상자 및 밀접 접촉자에 대한 검사를 마쳐 당분간 대량 감염 확진자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바이러스 검사 대상에서 제외된 승객과 승무원 3600여명 중 감염자가 추가로 있을 수 있다. 크루즈선 집단 감염으로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7일 오전 기준으로 크루즈선 감염자를 포함하면 모두 86명인데, 진원지인 중국에 이어 최대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 감염자는 일본 내 감염자 수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크루즈선 상륙 전 발생한 일이라면서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인정을 받았다고 7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감염자가 늘어나 국제적으로 (일본이)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우려해서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가토 후생노동상이 “전혀 그렇지 않다. 상륙 전 크루즈선이라는 한정된 환경에서 발생한 일이다. 발생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답하기도 했다. 크루즈선 안에는 사우나와 레스토랑 같은 공용시설이 한정된 공간에 밀집해 있고, 항해가 장시간이라 사람들이 공용시설을 다니며 접촉할 일이 많다. 야스다 지로 나가사키대(바이러스학) 교수는 “승객이 좌석에 가만히 앉아있는 비행기보다 (크루즈선이) 감염 위험이 크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다. 최초 확진자인 80살 홍콩 주민의 감염 사실 확인 뒤에도 배 안에서 승객들이 공용시설을 비교적 자유롭게 왕래하는 등 초기 대응이 허술했던 점도 감염 확산 요인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홍콩 당국으로부터 홍콩 주민 감염 사실을 통보받은 시점은 지난 2일이었는데, 크루즈선 선내 방송으로 승객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진 것은 3일 오후였다. 배는 3일 밤 요코하마 앞바다에 머무르고 검역이 시작됐으나, <마이니치신문>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검역 시작 뒤에도 선내 레스토랑에서 뷔페가 제공되고 극장에서는 승객들이 쇼도 관람할 수 있었다. 승객들이 객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통제가 시작된 것은 확진자 10명이 발표된 5일 아침 이후였다. 배 안에서 3차 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초 감염이 확인된 홍콩 주민과 함께 가고시마현에서 버스투어를 했던 밀접 접촉자는 36명에 불과하다. 61명 중 다수의 확진자는 홍콩 주민과 밀접한 접촉을 한 흔적이 없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1명이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환자 숫자는 1.4~2.5명으로 추정된다. 홍콩 주민에게 감염된 사람이 다시 감염을 시킨 3차, 4차 감염이 배 안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는 병원으로 이송된 이들을 제외하고 남은 탑승자 3600여명을 5일부터 14일간 배에서 지내게 해 사실상 강제 격리를 하고 있다. 배 안에 갇힌 승객 중에는 바이러스 검사를 273명에 국한하지 말고 탑승자 전원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다. 50대 탑승객은 7일 <티비에스>(TBS) 방송에 “너무 (확진자가) 많다. 놀라움과 불안이 혼재된 상태다. 탑승자 모두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를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6일 요코하마항에 접안한 크루즈선에 일본 정부는 식량과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자위대까지 지원에 나섰다. 승객 상당수가 고령자이며 지병을 앓고 있는 이들도 많다. 늘 약을 먹어야 하는 이들이 많다. 승객 중 한 명이 일장기에 “약 부족”이라고 쓴 모습이 외신에 포착되기도 했다. 승객은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데 여행이 악몽으로 변한 경우도 있다. 미국인 신혼부부인 밀레나 바소와 게타노 세룰로는 6일 미국 <시엔엔>(CNN)방송에 자신들이 언제까지 배 안에 갇혀있어야 하는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바소는 이 방송에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미 감염된 크루즈 안이 아니라 위생적으로 안전한 곳에 격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가 우리를 구하라”며 “정부 비행기를 보내 우리를 배에서 나오게 하라”고도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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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7 07:40:2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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