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즈 글릭은 194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롱아일랜드에서 자랐다. 1968년 ‘퍼스트본(Firstborn)’으로 데뷔했으며 이와 동시에 “미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뛰어난 시인 중 한 명”으로 호평받았다. 한림원은 “보편성을 추구하면서도 대부분의 작품에서 신화와 고전적 모티브로부터 영감을 얻는 시인”이라고 말했다.
시인이자 수필가로서 12권의 시집과 다수의 수필집을 출판했다.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강렬한 감정을 드러낸 작품뿐 아니라 신화, 역사, 자연을 바탕으로 현대적 삶을 관조하는 작품들을 써왔다. 가장 높이 평가되는 대표작 중 하나는 퓰리처상을 받은 시집 ‘야생 붓꽃’(The Wild Iris·1992년)이다. 수록작 ‘눈풀꽃’에서는 겨울이 지나면 돌아오는 삶의 신비로운 순환을 그려냈다.
시인 류시화는 해외 시인들의 작품을 모은 시집 ‘시로 납치하다’(2018년)에서 글릭의 시 ‘애도’를 소개하며 시적 기교와 감수성이 풍부하고 고독과 죽음,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이 뛰어난 시인이라고 해설했다. 50대 초반 갑작스러운 발병으로 생사를 오갔던 글릭은 그때의 경험을 담아 이 시를 썼다.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것만큼 운 좋은 일이 없고, 그 운 좋은 순간들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면 애도를 받아 마땅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현재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거주 중이며 예일대 영문학과 초빙교수이자 로젠크란츠 상주작가로 있다. 전미도서상, 전국도서평론가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자국의 대표 시인임을 뜻하는 미국 계관시인에 2003∼2004년 선정됐다.
올해 노벨 문학상 측은 정치적 이념적으로 논란이 없는 비교적 ‘안전한 작가’를 선택할 것으로 점쳐졌다. 2017년 ‘미투’ 논란에 수상자 사전 유출 스캔들이 이어졌고 지난해 수상자 중 페터 한트케가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 인종청소를 자행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에게 동조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난을 받았기 때문. 글릭의 수상은 해외 언론이나 비평가, 베팅 사이트 나이서오즈 등의 유망 수상 작가 목록에는 없던 깜짝 수상이다. 국내에는 아직 번역돼 소개된 시집이 없다.
수상자는 1000만 크로나(약 13억 원)의 상금을 받는다. 매년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시상식은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열리지 않는다. 그 대신 수상자들이 자국에서 상을 받는 장면이 중계될 예정이다.○ 루이즈 글릭 연표… |
―1943년 미국 뉴욕 출생 ―1963년 미국 컬럼비아대 입학 후 1965년 중퇴 ―1968년 첫 시집 ‘Firstborn’ 발표 ―1985년 ‘The Triumph of Achilles’ 미국 비평가협회상 수상 ―1990년 ‘Ararat’ 발표. 뉴욕타임스, “최근 25년 미국 시 역사상 가장 혹독하고 슬픈 작품” ―1993년 ‘The Wild Iris’ 퓰리처상 수상 ―2003-2004년 미국 계관시인 ―2004년 9·11테러에 관한 시 ‘October’ 발표 ―2008년 월러스스티븐스상 수상 ―2014년 ‘Faithful and Virtuous Night’ 전미 도서상 수상 ―2015년 내셔널휴머니티상 수상 ―2020년 노벨 문학상 수상 |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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