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란 군실세 제거...전운 감도는 중동]
숨진 솔레이마니는 권력서열 2위
중동 정세 터닝포인트 될 수도
"새로운 분쟁 촉발 우려" 초긴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금 다이너마이트를 불쏘시개 상자(tinderbox)에 던져 넣었다.”(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3일(현지시간) 미군의 표적 공습에 이란 군부의 최고 실세 카셈 솔레이마니가 사망하면서 중동 지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은 이번 공습이 향후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행동이라며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이란은 즉각 보복을 다짐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지난해 12월29일 ‘이란의 대리군’으로 불리는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를 처음 공격한 데 이어 이란의 군부 인사까지 직접 공격해 폭사시키면서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과 이란은 무인기를 격추시키며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켜 왔지만 각국 인사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없었다.
실제로 이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긴급 성명을 통해 “그(솔레이마니)가 흘린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사령관인 솔레이마니는 이란 군부의 최고 실세이자 이란 보수파의 핵심 인물로 추앙받아온 상징성이 큰 인물이라는 점에서 양국 간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혁명수비대의 해외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쿠드스군을 지휘하는 그는 중동 내 친이란 무장조직의 정책과 작전을 설계하는 핵심 인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라크는 물론 시리아·예멘·레바논·팔레스타인 등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이란 군 지도자의 사망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이 극단까지 확대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정책연구소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마크 듀보위츠 소장은 “솔레이마니에 대한 표적 공습은 오사마 빈라덴의 죽음보다 더 중요하다”며 “풍부한 경험과 정통한 지식 및 자원으로 이란의 핵심 실세인 그는 테헤란의 ‘대체 불가능한’ 실질적인 외무부 장관이었다”고 평가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정치권과 경제계까지 영향력이 큰 만큼 이란에서 그의 존재감과 실제 권력은 직선제로 선출된 대통령을 능가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계급은 소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그를 최고지도자 다음으로 이란의 ‘권력 서열 이인자’라고 보기도 한다. 솔레이마니의 영향력은 이란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란의 존재감을 공고히 하고 중동 일대를 이란에 유리하게 재편하는 노력을 주도해온 주역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이라크에서 미국과 이란의 대리군 격인 시아파 민병대의 충돌이 잦아진 배경에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있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이러한 이유로 이란에서 영웅 대우를 받아온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반대로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서는 제거 대상 1순위로 꼽혀왔다.
솔레이마니의 사망에 외신들은 물론 미 정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AP통신은 “이들의 죽음은 중동의 잠재적인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으며 이란과 이란이 지지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에 맞선 중동 세력으로부터 엄혹한 보복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민주 경선 후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솔레이마니는 수백명의 미국인을 포함해 수천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살인자”라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무모한 움직임은 이란과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더 많은 사망자와 새로운 중동 분쟁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또 한 번의 값비싼 전쟁을 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도 “우리가 외국 정부의 인사를 암살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행동이 미국인들이 살해당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믿음 때문”이라며 솔레이마니 사망에 따른 후폭풍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2020-01-03 08:39:3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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