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셀’(resell·되팔기) 관련 이슈가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닌텐도 스위치 ‘모여봐요 동물의숲’ 에디션부터 샤넬백, 스타벅스 레디백까지 ‘○○런’이 줄을 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상품 구매를 위해 기꺼이 오랜 시간 줄을 서고, 비록 중고라도 웃돈이 얹어진 가격에 상품을 구매했다. 소비자들은 왜 이렇게 특정 상품에 열광하며 중고거래를 하고 있을까. 불붙은 중고거래, 리셀 시장을 분석해봤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조원으로 추산된다. 중고나라 등장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온 중고거래 시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활발해지며 고속성장 중이다. 중고거래, 리셀 시장이 최근 들어 더욱 주목받게 된 이유로는 다양한 것들이 꼽힌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관점은 ‘경기 불황에 따른 성장’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 불황이 장기화된 현재의 ‘뉴노멀’ 상태에서는 더 이상 기존의 ‘경기 불황=중고거래 성장’이란 관점이 단일하게 적용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얘기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가 올 땐 우산을 쓰지만 매일같이 비가 오면 우산 쓰길 포기하게 된다. 영국이 그런 경우”라며 “영국 상황과 비슷하게 경기 불황이 장기화된 현재의 뉴노멀 상태에선 소비자들이 단순히 경제력이 부족해 중고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화된 경기 불황으로 가성비를 추구하며 중고거래를 하면서도 웃돈을 얹어 본래 가격보다 더 비싸진 리셀 상품도 구매하는 이중적인 소비 행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뉴노멀 상태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남들과는 다른 ‘희소성’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그런 소비를 게임하듯 즐기는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Z세대의 통칭)의 성향이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소비 절벽에 직면한 유통업계가 최근 앞다퉈 ‘한정판 마케팅’을 진행한 것도 MZ세대의 리셀 욕구를 자극하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취향이 다변화되고 세분화되면서 자신의 취향과 만족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며 “물건의 가치를 ‘소유’보다 ‘사용과 경험’에 두는 MZ세대는 자신이 ‘덕질’하고 있거나 취향을 저격하는 아이템을 찾아 활발하게 소비·판매하는 것을 하나의 놀이로 여기며 중고 시장 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번개장터 이용자의 80%가 MZ세대다. 구하기 어려우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힙한’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리셀을 하나의 문화로 향유하는 MZ세대가 중고거래 내 리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다른 세대보다 중고거래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MZ세대가 중고거래 플랫폼을 편하게 일상적으로 이용하면서 중고거래 플랫폼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발표한 ‘5월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세대별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사용 현황’에 따르면 소비자가 가장 많이 이용한 쇼핑 앱은 쿠팡이었고, 그 뒤로 당근마켓이 차지했다. 5월 한 달간 당근마켓 이용자가 679만명에 이르러 11번가, G마켓, 위메프, 티몬도 제치고 쿠팡 바로 뒤를 이은 것이다. 번개장터도 2017년 이후 매년 거래액이 1500억원 이상씩 느는 등 중고거래 플랫폼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당근마켓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당근하다’(당근마켓에 중고 물건을 내놓는다는 의미)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지며 중고거래의 메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서 교수는 “당근마켓이 앱 사용률 2위에 오른 건 굉장한 사건”이라며 “MZ세대의 소비 취향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생겼기 때문에 중고거래, 리셀 시장이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리셀 시장을 포함한 중고거래 시장의 전망은 어떨까.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매우 밝다”고 입을 모았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가장 대표적 리셀 품목인 남성 스니커즈 품목 거래액은 전년 동분기 대비 75.9% 증가했다”며 “중고거래와 리셀에 친숙한 MZ세대가 소비의 주축이 되면서 앞으로도 이 두 시장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대기업도 리셀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는 최근 한정판 운동화 거래 플랫폼 ‘크림’을 출시했고, 무신사도 지난달 말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을 오픈했다.
서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중고거래 및 리셀 시장이 메이저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브랜드에 대한 친숙도가 기존 세대와 차원이 다른 젊은 세대가 명품, 한정판 등 희소한 상품에 대한 구매와 재구매, 리셀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도 현재 중고거래 기업이 메이저 기업으로 성장한 것을 보면 중고거래 시장은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June 27, 2020 at 02:08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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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시장 리셀바람… “저렴한 가격? 핵심은 유니크야”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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