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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보다 싼 와인 한 병… '초초저가 와인 전성시대'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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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7.10 06:00

1병에 3900원 '초초저가' 와인…하루 1만병 이상 팔려
'가벼운 맛'으로 와인 입문자 사로 잡아
가성비 내세웠던 이마트 '도스 코파스' 파급 영향 불가피
롯데마트에서 소비자가 초저가 와인 '레알 푸엔테'를 살펴보고 있다./롯데쇼핑 제공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355ml) 4100원, 스페인 와인 '레알 푸엔테' 750ml 3900원. 커피보다 싼 초저가 와인이 와인 시장을 휩쓸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25일 스페인 와이너리 '비노스 보데가스'의 '레알 푸엔테' 와인 2종을 3900원에 내놨다. 이마트의 초저가 칠레 와인 '도스 코파스'가 4900원, 홈플러스의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 '카퍼 릿지'가 4990원이라는 초저가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롯데마트는 이보다 1000원 이상 더 저렴하게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초저가'를 뛰어넘는 '초초저가'를 내세운 레알 푸엔테는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일 평균 판매량 1만병, 롯데마트가 준비한 초도물량 40만병의 절반이 2주 만에 팔려나갔다. 레알 푸엔테 한 품목만으로 2주간 8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생각보다 빠른 판매 속도에 롯데마트는 벌써 추가 주문에 들어갔다. 2차 주문은 초도 물량보다 10만병 더 많은 50만병. 지금의 판매 속도가 유지된다면 롯데마트는 레알 푸엔테로만 3개월만에 35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롯데마트는 레알 푸엔테 외에도 프랑스 와인 '레오 드 샹부스탱' 매그넘(1.5L) 모델을 7900원에, 칠레 와인 '나투아'를 4900원에, 프랑스 보르도 AOC인증을 받은 '샤또 르팽 프랑 보르도'를 5900원에 판매 중이다. 국내 대형마트 중에선 가장 다양한 초저가 와인 라인업을 갖췄다. 다양한 초저가 와인 라인업을 갖춘 효과일까. 지난달 25일 롯데마트의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 신장했다. 와인 신규 고객 유입 비율도 6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와인 판매가 늘면서 치즈나 육포 등 안주류 매출도 올랐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치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 육포 매출이 12.2% 늘었다. 실적 악화로 매장 수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롯데마트로선 반가운 성과다.

4000원대 가격을 허문 레알 푸엔테./롯데쇼핑 제공
◇ 3900원짜리 와인, 맛은 괜찮나요?

한 롯데마트의 와인 매장 직원은 고객들이 레알 푸엔테를 가리키며 '이거 맛 괜찮아요?'라고 하루에 수십번은 질문한다고 전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싼 가격은 매력적이지만, 괜히 샀다가 다 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생길 만하다. 3900원은 그만큼 의심이 드는 가격이다.

제품명도 다른 와이너리의 제품들과 궤를 달리한다. 와인 제품은 대부분 제품명, 품종, 수확년도를 중심으로 제품명을 기재한다. 하지만 레알 푸엔테는 그런 부가 설명없이 '레드 드라이'와 '세미 스위트'로 제품명을 붙였다. '이 와인 드라이해요? 아니면 달콤해요?'라고 따로 묻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직관적인 네이밍이다.

사용된 품종은 '템프라니요'. 스페인 리오하 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는 품종으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수확이 빠른 포도 품종이다. 오래 숙성시키지 않아도 과일향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어 와인으로 빨리 출고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을 대량으로 주문한다. 3900원이라는 초저가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맛은 어떨까. 레드 드라이와 세미 스위트 둘 다 '바디감'이라고 부르는 입 안에 머무는 느낌은 상당히 가볍다. 3900원이라는 가격이 뇌리를 스쳐갈 정도다. 대신 과일향이 매우 풍부하다. 템프라니요 특유의 베리향을 잘 살렸다. 가벼운 와인을 선호하는 '와인 입문자'들이 좋아할만한 맛이다. 전체적으로 아쉬움은 들지만 39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모두 용서가 된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도 시음평이 많이 올라온다. 대부분 '가벼운 느낌이 있지만 향이 좋다'고 평가한다. '산도가 적당하고 뒷맛이 깔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와인 발굴' NO… 이제는 '주문 제작'

와인 업계에서는 롯데마트가 타겟 고객을 잘 설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담없는 가격에 와인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나 와인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전혀 없이 와인을 즐기고 싶은 사람을 타겟으로 해 부담없는 가격에 제품을 출시했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홈술족이 늘어난 상황도 호재로 작용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홈술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와인을 찾는 소비자가 많이 늘었다"고 했다.

해외 와이너리를 돌며 가성비 좋은 와인을 찾는 대신, 주문 제작 전문 와이너리와 기획부터 함께 준비한 게 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통 와인은 와이너리에서 주조한 와인을 국내 유통사가 대량 구입해 반입하는 방식으로 유통되지만, 레알 푸엔테는 롯데마트에서 기획한 뒤 와이너리에서 요구대로 주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레알 푸엔테를 만든 비노스 보데가스는 이같은 주문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와이너리다.

롯데마트는 레알 푸엔테의 기대 이상의 성과에 다양한 가성비 와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김웅 롯데마트 주류MD는 "롯데마트의 초초저가 와인이 국내 시장에서 사랑받는 와인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면서 "부담 없는 가격의 와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국내 와인시장의 저변을 넓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마트에서 판매 중인 초저가 와인 도스 코파스./이마트 제공
◇ 레알 푸엔테 '게임체인저' 될까…경쟁사 긴장

레알 푸엔테의 급부상으로 대형마트 간 초저가 와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이마트. 이마트는 지난해 8월 도스 코파스 레드와인 2종 (레드블렌드, 카베르네소비뇽)을 4900원에 출시했다.

도스 코파스는 5000원도 안되는 와인으로 입소문을 타며 1년치 초도물량 100만병이 4개월만에 완판됐다. 올해 들어서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70만병 이상 팔리는 등 하루 4000병 가까이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화이트와인인 도스 코파스 샤도네이를 출시했다. 이 제품 역시 출시 3개월이 되기 전에 15만병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이마트(139480)로선 도스 코파스가 시중에서 '이마트 와인'으로 불리며 합리적인 가격의 데일리 와인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상황에서 레알 푸엔테가 야기한 가격 경쟁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단돈 1000원 차이라고 하지만, 비율로 따지면 레알 푸엔테가 도스 코파스보다 20% 이상 저렴하기 때문이다. 도스 코파스가 최대 강점으로 가성비를 내세웠던 만큼 가격 경쟁에서 밀려 도태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와인 하나에 불과하지만 롯데마트가 이마트보다 더 물건이 싸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

다만, 이마트는 이같은 우려를 대외적으로 표출하고 있진 않다. 오히려 국내 와인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만큼 다른 기업에서 가성비 좋은 와인을 출시하면 와인 시장 전체가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최초로 저가 와인을 출시한 만큼, 앞으로도 저렴하고 맛 좋은 와인을 개발해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July 10,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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